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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언어
[2017-03-26] 그냥 그렇게, 소리없이. 본문
엊그제였을까 어제였을까. 밤 11시였을지 새벽 5시였을지 모르는 그 때, 창밖은 어두운 와중에도 그 언저리에 약간의 빛이 머물러 있었다. 그 온전히 가시지 않은 밝음을 느끼며 나는 침대로 향했다.
하지도 않는 기지개를 쭈욱 키고서 바른 자세로 누운 나는 이내 침대에 맞닿아 있는 벽을 향해 틀어누웠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방 중앙을 등지고 누운 나는 항상 그래왔듯 고등학교 시절의 악몽을 떠올렸다.
첫 SAT 시험을 본 날 밤, 그 소리없이 조용한 와중에 지금처럼 벽을 향해 누워 잠들어있던 나를 향해 무언가가 슬며시 다가왔다. 닫혀있는 문이 끼익 열리고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는 발소리. 가슴이 턱 막혀오니 소리를 지를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모든 게 꿈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잠자리가 불편하진 않은지 확인하러 온 엄마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윽고 그 발걸음 소리가 내 침대 머리맡에서 멈춘 순간, 나는 생에 처음으로 내가 가위에 눌렸음을 알았다. 처음 겪어보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나는 어떻게 용기를 낼 것인가.
사실 그 다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나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어느 순간 불이 켜진 채 부모님이 내 방에 와있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용기를 냈을까. 이후로 적어도 두세번 비슷한 일이 있어왔지만 그 결말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마다 나는 바라고 바랬다. 저 누군가가 내 친구였다면, 내 가족이었다면.
이번에도 다름이 없었다. 잠에 든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텐데,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든 내 등 뒤에 이내 무언가가 서있었다. 같은 층에 살고 있는 후배 P 는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내 침대로 올라오더니, 베개에 머리를 박고 있는 내 등을 만졌다. 오랜만에 나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홀로 떨어져 있는 지금의 나는 어떻게 용기를 낼 것인가.
그 순간 어떤 의문이 생겼다. 아빠가 아닐까. 지금 내 옆에 서있어주는 그 무언가는 내 아빠가 아닐까.
내 질문에 응답이라도 하듯, 아빠는 귓속에 아빠다, 라 했다.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돌아눕지 않았다. 베개에 머리를 묻은 채 홀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