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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기억들

chunjy92 2017. 8. 2. 12:25

그 여름은 태양이 내 머리 위에서 빛나듯 밝았고 또 화사했다. 모든 것이 햇빛을 반사해 반짝였고 물체와 물체의 경계선은 열기로 인해 흐릿했다. 오후가 되면 A는 항상 길 모퉁이에서 나를 기다렸다. 그리곤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처음 그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A와 오후를 보낸 날 나는 이렇게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근처 마트에서 콜라 얼린 것을 사다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아스팔트 조각들로 공기를 하다가 손을 긁혔다. 그림자를 따라 자리를 움직이다 결국엔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그 반복이었다.

벌써 11년 전 일이다. 잊고 있던 기억이라기 보다는 오늘에서야 감사하게 되었다.

그 해 9월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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